지암 芝菴 김대원
Collection Exhibition, Series I : 산수화 山水畵
2024. 07. 08 – 08. 11
지암(芝菴) 김대원의 예술 여정
박정기 (미술평론)
제 1기 : 70년대 말 ~ 80년대 중반
김대원은 70년대 말경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약 15년 동안 전통 남화의 본령인 수묵담채의 산수화를 “투철한 신념을 갖고 고수해 온” 작가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에 단순한 “전통 남화의 고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산수화의 현대화를 추구해 왔고, 향후 그의 작품의 변모는 주로 여기서 비롯된다. 79년에서 80년대 초의 초기작품부터 전통 산수화와 사뭇 달리 실물의 사실적인 묘사를 위주로 하는 일종의 ’실경산수‘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을 일관하는 특징은 가식 없이 진솔하고 투명한 정신세계와 자유롭고 대담하며 명료한 필세도 뚜렷이 드러나 있다.
제 2기 : 80년대 중반 ~ 90년대 초반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한 획씩 세밀하게 화면을 채워가는 전통적인 운필법의 작품들과 나란히 세부묘사를 과감히 생략하는 듯 거침없고 활달한 필 치로 이루어진 또 다른 수묵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래의 담채(淡彩)를 벗어나 적극적인 채색도 점차 나타남에 따라 작픔은 더욱 밝아지고 뚜렷해지며 전체적으로 활력이 넘치게 된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면 채색화가라고 할 만큼 더욱 더 과감하고, 심지어 즉흥적이기까지 한 필치로 다채롭고 강열한 색채들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97년에 아홉 번째 개인전부터는 그간 추구해 왔던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인 변용에 머무르지 않고 새롭고 ’현대적인‘ 수묵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속의 한낮”, “세월을 따라”, “머무르는 곳”, 그리고 “바람소리” 같은 제목의 작품들은 고통과 고뇌, 방황의 세월을 통과한 직후 작가의 외롭고 허허로운 심경을 반영한 듯 모두가 흐리고 탁한 갈색과 녹색, 붉은 색 등으로 강조되고 있다.
산들과 그 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물은 여전히 화면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단지 몇 개의 가늘고 거친 선과 먹의 번짐으로 그 형태들만이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을 뿐, 이것들은 외로우면서도 또 어린이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듯하다.
제 3기 : 90년대 중반 이후
김대원은 또 다시 전작들에 비해 더욱 진전된 현대적인 감각과 수법의 수묵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 작품들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어느 작품에서도 정확하고 세밀한 대상묘사가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화면의 모티브들은 모두 즉흥적으로 스케치 해놓은 듯, 한 두 가지 색이나 먹으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또 어린이들의 그림이 그렇듯이 아무런 합리적, 합목적적인 상호관계 없이 서로 모여 있어 체계적인 화면구성과는 거리가 멀다. 요컨대 작가는 호랑이를 비롯해서 산과 물, 시골 마을 등 우리의 전통적인 삶을 상기시키는 여러 가지 모티브들과 현대적인 그것들을 한데 모으고, 또한 묘사에 있어서나 화면구성에 있어 전통 한국화는 물론 서양의 전통적인 원리와 기법까지도 모두 벗어나 전혀 새로운 현대적인 수묵화의 기능성을 실험해보고 있다.
홍도포구 (1987)
화련계류 (1989)
설악에서 (1995)
태행산 (1994)
한가로운 날 (1994)
붉은 구름 (1992)
바람소리 (1992)
일출봉 소견 (A View of Ilchubong) (1990)
갯마을 (Seaside Village) (1993)
장백폭포 (Jangbaik Fall) (1995)
화련 계류 Ⅱ (Mountain Stream in Hualien Ⅱ) (1990)
장가계 일우 (A View of Zhangjiajie) (1994)
시간의 무념 (Time Freed from All Thoughts) (1983)
동해바다 (At the East Sea) (1990)
태행산 (Taihang Mountain) (1994)
비폭 (Waterfall)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