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23 유명작가 초대전 Series (Ⅱ)
“Spring Breeze”
2024. 05. 20 – 06. 26
자연 서정과 조형적 변주의 회화세계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예술에서 양식은 하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이나 시대를 풍미하는 어떤 예술유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도미술은 오랫동안 지역양식이면서 시대양식이기도 한 뚜렷한 특징을 지녀왔다. 그것은 이 지역 미술의 큰 강점이자 답답한 틀이기도 했다. 문화환경이나 소통방식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요즘에는 지역이나 시대적 특징을 섣불리 묶기는 어려워졌다. 그만큼 집단양식 대신 개별 다양성들이 만화방창하는 시기인 것 같다.
수하갤러리가 기획한 서양화 초대전 작품들에서도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수십 년씩의 화업으로 남도화단의 중추를 이루어 온 원로 중진작가들이지만 예전 같은 공통분모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분들을 모신 작가 선정의 고심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창작실험이 한창 왕성한 청년작가들 못지않게 이제는 선배세대 작품들에서도 각기 다른 회화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남도미술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전에는 자연이라는 보편적 객관 대상이 우선이다 보니 교감하는 감흥을 담아내는 필촉의 맛과 색조에서의 차이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삶의 환경부터가 자연과 일정 거리를 둔 일상으로 바뀌고 바깥세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감하다 보니 집단활동이 느슨해지고 개별세계와 주관적인 변용이 좀더 강해지면서 예술세계 또한 독자적인 탐구에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 같다.
이번 초대전의 작품들도 자연 관조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여럿이지만 예전 같은 인상적 감흥에 취하기보다는 심상표현으로 녹여낸 경우가 많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의 묘사 자체보다는 주관화된 시적 서정을 입혀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남도 정서의 일면을 음미해 볼 수도 있다.
또한 구상적 형상을 취하되 좀 더 과감한 조형변주를 독자양식으로 추구하기도 하고, 시대문화 속 사회현실의 사실성을 비춰 낸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예 그런 구상적 요소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추상적 화면구성을 일구기도 한다.
초대된 스물세 분의 작품으로 남도화단 전체를 일괄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원로 중진세대의 긴 시간 다져온 다채로운 회화세계의 면면을 일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작가들의 활동 추세와 비교 연결지어 지역미술의 층위를 들여다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황영성 Hwang, Young Sung, 무제 (2023)
한희원 Han, Hee Won, 시간의 여백 (2014)
최영훈 Choe, Young Hoon, Dream of May (2024)
진원장 Jin, Won Jang, 바람부는 날에 (2024)
진경우 Jin, Kyung Woo, 영원한 고향 (2019)
조진호 Cho, Jin Ho, 향 (香) (2020)
조근호 Cho, Keun Ho, 뭉치산수 (2024)
정순이 Jung, Soon Ie, 시간으로의 여행 (2023)
정송규 Jung, Song Kyu, 관계 (2015)
정상섭 Jung, Sang Sub, 월광소나타 (2022)
임병남 Lim, Byung Nam, 산골마을 (2019)
이사범 Lee, Sa Beom, 가을노래 (2008)
유수종 Yu, Soo Jong, 달과 해오라비 (2023)
오건탁 Oh, Geon Tak, 백아산의 봄 (2023)
신동언 Shin, Dong Eon, 네팔 (Nepal) (2016)
송필용 Song, Phil Yong, 물의 서사 (2020)
박만수 Park, Man Soo, 봄 이야기 (2019)
노의웅 Ro, Eui Woong, 구름천사 (2023)
김해성 Kim, Hae Sung, 친구들의 선물 (2024)
김준호 Kim, Jun Ho, 물봉선화 핀 무등산 (2020)
김재형 Kim, Jae Hyung, 겟세마니아의 밤 (2000)
김익모 Kim, Ing Mo, 추상풍경2451 (2024)
국중효 Kook, Jung Hyo, 생명의 순환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