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22작가 초대전 Series (I)
“Spring Breeze”

2024. 04. 08 – 05. 08

시대 풍경과 심상의 세계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예술은 예민한 감관으로 포착해내는 시대의 단상들이면서 그로부터 파생된 심상이기도 하고, 서사를 제거해 버린 무한 변주의 형상계이거나 내적 침잠의 세계이기도 하다. 세상에 대한 날것의 독백과 조형적 시도들이 풋풋하다가 점차 이를 거르고 다듬어 독자적 언어들로 자기화시켜가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세상의 그 많은 언어보다도 더 분화된 예술가들의 표현세계는 그만큼 규정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표정과 메시지들을 지니고 있다.
수하갤러리가 재개관 기념전 두 번째로 마련한 ‘Spring Breeze’도 22인의 청년 중견 서양화가들의 작품으로 이 시대 광주미술의 만화경을 보여준다. 대부분 드러난 세상의 외관보다는 자기 내면에 몰입하는 경향들인데, 그에 따라 각자의 탐구 세계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사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남미술의 전형에서야 자연이 위주이다 보니 주관적 감흥이나 감각적 표현이 가미되어도 화폭에 담겨진 풍경에서는 유사한 양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세상을 대하는 관점과 자의식에 집중하면서 각자의 표현유형들을 다채롭게 펼쳐내는 것이다.
크게 보면 마주하는 실상으로서 사실의 묘사에 충실한 경우도 있고, 거칠고 활달한 붓질들로 표현성을 살려 내면 심상을 담아내는 경향과, 주제나 서사를 주관적으로 해석 연출해서 세상 풍경을 비춰내는가 하면, 그린다는 무작위적 행위의 흔적이나 형상의 구성에 집중한 추상까지 다양한 화면들을 볼 수 있다. 소재나 대상, 화법 같은 외부적인 요소들보다는 화가 자신의 관점과 심적 상태, 그림 그 자체를 우선하는 요즘의 개별주의 성향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초대된 22인의 작가들 작품으로도 그렇고, 설령 그 반경을 더 넓힌다 해도 그것으로 지금의 광주미술을 표본화시켜낼 수는 없다. 끊임없이 무한 증식하는 이 시대 미술의 일부를 들여다볼 뿐이다. 그것은 어쩌면 몇몇 작품으로 집단화된 정형양식의 지역미술을 가늠하던 시대와는 달라진 다변화된 요즘 우리 미술의 다양성 또는 풍요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각자도생하는 이 시대 미술을 담아내는 기획전이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세계와 담아내는 작품 특성이 분명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한동훈 Han, Dong Hun, 신(新)씨름도 (2021)

  • 하승완 Ha, Seung Wan, 바람의 흔적 (2020)

  • 정정하 Jeong, Jeong Ha, A.R.1121 (2020)

  • 이정은 Lee, Jeong Eun, 중봉 (2023)

  • 이인성 Lee, In Sung, 어느 맑은 날 (2022)

  • 이다애 Lee, Da Ae, Lucky Blossom (2024)

  • 오성현 Oh, Seong Hyeon, 표류 (2022)

  • 양호열 Yang, Ho Yeol, 중독 (2023)

  • 양나희 Yang, Na Hee, 해동네 (2022)

  • 송유미 Song, Yu Mi, 무한에 대한 상상 22-18 (2024)

  • 박정일 Park, Jeong Il, Family(가족) (2022)

  • 박영현 Park, Young Hyun, 나무 (2024)

  • 박다혜 Park, Da Hye, 관람자들 (2021)

  • 박경희 Park, Kyeong Hee, Blaze Love (2023)

  • 나수빈 Na, Su Bin, Mix up (2023)

  • 김은택 Kim, Eun Taek, 봄의 숨결 (Breath of Spring) (2024)

  • 김예지 Kim, Ye Ji, Mind Curve Fitting_I am #2 (2023)

  • 김영일 Kim, Young Il, 인식20_1 Here it is (2022)

  • 김수진 Kim, Sujin, 연주된 시간의 기록 (2023)

  • 고마음 Ko, Ma Eum, 뷔자데 (2022)

  • 강미미 Kang, Mi Mi, 여름 바람(Summer Breeze) (2020)

  • 강동호 Kang, Dong Ho, Angel Mine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