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림, 청매화-숨을 쉬다, (2020)
언제나 매화 앞에서는 숨이 막혔다. 겨울을 견디어 온 향기에 숨이 막히고 꽃 빛에 또 한 번 현기증이 일게 된다. 매화향이 낮게 깔리면서 번져 오면 호흡은 느슨해지고 감각은 오히려 긴장한 듯 날을 세운다. 청매화 꽃 빛이 자신을 속으로 숨기면서 밝히는 빛이라면 홍매화의 꽃 빛은 오히려 밖으로 숨을 토해내는 빛이다. 청매화의 투명하고 순연한 향과는 달리 홍매향은 대기 속으로 번지는 향이다. 청매향이 들숨으로 내향적이라면 홍매향은 날숨인 듯 외향적이며 서로의 향은 한 호흡 속에서도 결을 달리한다.
매화향과 꽃 빛을 경험하는 일은 시절 인연처럼 꽃과 꽃의 호흡을 스치는 일 또한 적절한 시절의 만남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오고 가는 만남과 헤어짐이 그렇고, 사랑이 그러하듯 적당한 거리 저만치라는 단어가 유독 깊이 새겨지는 입춘 무렵… 저만치 꽃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