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서정과 조형적 변주의 회화세계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예술에서 양식은 하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이나 시대를 풍미하는 어떤 예술유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도미술은 오랫동안 지역양식이면서 시대양식이기도 한 뚜렷한 특징을 지녀왔다. 그것은 이 지역 미술의 큰 강점이자 답답한 틀이기도 했다. 문화환경이나 소통방식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요즘에는 지역이나 시대적 특징을 섣불리 묶기는 어려워졌다. 그만큼 집단양식 대신 개별 다양성들이 만화방창하는 시기인 것 같다.
수하갤러리가 기획한 서양화 초대전 작품들에서도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수십 년씩의 화업으로 남도화단의 중추를 이루어 온 원로 중진작가들이지만 예전 같은 공통분모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분들을 모신 작가 선정의 고심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창작실험이 한창 왕성한 청년작가들 못지않게 이제는 선배세대 작품들에서도 각기 다른 회화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남도미술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전에는 자연이라는 보편적 객관 대상이 우선이다 보니 교감하는 감흥을 담아내는 필촉의 맛과 색조에서의 차이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삶의 환경부터가 자연과 일정 거리를 둔 일상으로 바뀌고 바깥세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감하다 보니 집단활동이 느슨해지고 개별세계와 주관적인 변용이 좀더 강해지면서 예술세계 또한 독자적인 탐구에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 같다.
이번 초대전의 작품들도 자연 관조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여럿이지만 예전 같은 인상적 감흥에 취하기보다는 심상표현으로 녹여낸 경우가 많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의 묘사 자체보다는 주관화된 시적 서정을 입혀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남도 정서의 일면을 음미해 볼 수도 있다.
또한 구상적 형상을 취하되 좀 더 과감한 조형변주를 독자양식으로 추구하기도 하고, 시대문화 속 사회현실의 사실성을 비춰 낸 경우도 있는가 하면, 아예 그런 구상적 요소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추상적 화면구성을 일구기도 한다.
초대된 스물세 분의 작품으로 남도화단 전체를 일괄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원로 중진세대의 긴 시간 다져온 다채로운 회화세계의 면면을 일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작가들의 활동 추세와 비교 연결지어 지역미술의 층위를 들여다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예술에서 양식은 하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이나 시대를 풍미하는 어떤 예술유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도미술은 오랫동안 지역양식이면서 시대양식이기도 한 뚜렷한 특징을 지녀왔다. 그것은 이 지역 미술의 큰 강점이자 답답한 틀이기도 했다. 문화환경이나 소통방식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요즘에는 지역이나 시대적 특징을 섣불리 묶기는 어려워졌다. 그만큼 집단양식 대신 개별 다양성들이 만화방창하는 시기인 것 같다.
수하갤러리가 기획한 서양화 초대전 작품들에서도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수십 년씩의 화업으로 남도화단의 중추를 이루어 온 원로 중진작가들이지만 예전 같은 공통분모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분들을 모신 작가 선정의 고심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창작실험이 한창 왕성한 청년작가들 못지않게 이제는 선배세대 작품들에서도 각기 다른 회화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남도미술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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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초대전의 작품들도 자연 관조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여럿이지만 예전 같은 인상적 감흥에 취하기보다는 심상표현으로 녹여낸 경우가 많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의 묘사 자체보다는 주관화된 시적 서정을 입혀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남도 정서의 일면을 음미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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